내 사랑이 이렇게 완강할 줄 알았다면 나는 그의 떨림을 외면했을 거야. 내 사랑이 이렇게 고집부릴 줄 알았다면 나는 같이 고집을 부렸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의 사랑을 알아챘고 외면할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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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방적으로 요한을 사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저기 후원에서 볕을 쬐며 대화하는 사람이 나일 수 있었을 거야.
내가 일방적으로 요한을 사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우리는 행복한 연인은 못 되어도 좋은 친구 사이는 될 수 있었을 거야.
내가 일방적으로 요한을 사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우리는 첫 만남에서 수줍지만 예의 바른 인사로 만남을 끝냈을 텐데. 내가 요한을 짝사랑했다면 가문이 욕먹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 처음 만난 그 순간, 눈과 눈이 마주치고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 걸 놓치지 않았어. 운명은 나에게 속삭였고 운명의 바람이 나를 그에게 떠밀었어. 그는 눈동자가 흔들렸어. 금방 멎었지만 분명 흔들렸고 이후로도 가끔, 잊고 싶거나 힘들어질 때면 다시 흔들렸어.
나는 나의 마음은 부정해도 감히 그의 마음을 부정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그의 사랑이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나의 사랑과 그의 사랑은 방식이 달랐던 것일까. 그렇게 나를 사랑하고 나의 부재와 사랑의 부정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는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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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의 사랑은! 사랑이 되기에 턱없이 모자란 변명이었어요! 그렇지만 네! 그래요! 결국 그 감정을 부르는 이름은 사랑이죠! 보세요, 교황 성하! 지금 당신의 눈동자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첫 눈에 진심으로 반한 사랑, 광기처럼 지독하고 절실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조차 그 사랑을 의심하고 시험에 들게 만든다. 필력도 서사도 최고인 로맨스 단편. 끝까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펼치면 그때부터 2권이 시작된다.
그리고...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주관적인 총평: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