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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리뷰] 라오콘 - 도발리스 作 "나의 사랑하는 아들 안티파스야, 지난 밤 나는 이 제단에서 아주 소름 끼치고 불길한 예언을 받았다. 지금의 그리스 군은 비록 쇠락하고 후퇴하였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간악한 아가멤논 왕의 술수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아버지로부터 지난 밤에 받았던 신탁의 끔찍한 내용을 전해들은 안티파스는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역시 아주 어릴 때부터 신관 라오콘의 곁에서 보조 사제의 임무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아왔기에, 지혜로운 아폴론 신께서 내리신 신탁이 빗나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촉수물 소재를 찾아내는 발상이 놀랍다.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는 재미도 있고, 글 자체도 짧은 분량 안에서 정갈한 문장으로 다듬어져 완성도가 높다. 주관적인 총평: .. 2021. 1. 30.
[BL리뷰] 알파에게 페로몬을 - 닥크 作 점점 달라지는 그의 말과 행동에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의 착각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자요. 재인 씨." 잠자리를 함께하고 매일 밤 끌어안고 자고, 자신을 너무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를 보며 이런 것이 연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퍽퍽함에 매 말라 있던 나의 심장이 그를 만나고 점점 말랑해져 가고 있었다. 설정 자체는 무난했는데 너무 오메가버스 클리셰만 적어나가다가 끝나버린 느낌이라 밋밋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고유한 필력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재미를 기대하긴 힘들다. 주관적인 총평: ★★★☆☆(3.0) 2021. 1. 30.
[BL리뷰] 오메가버스 세계와 유쾌한 소동 - 지금은2시 作 나는 다시금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떠올렸다. 도파민 분비 기간은 2년. 그 뒤엔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를 이어주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그것이 내 아이가 되리라 믿었고, 그 믿음은 의사의 통보에 바스러졌다. 난 인생을 건 도박에서 패배했고, 헤아릴 수 없는 빚이 남았다. 그것이 전부다. 누군가가 말했다. 인생은 실전이라고. 맞다. 이제 그만 현실을 봐야 했다. 나한테 더이상 남은 것이 있는가. 고작 유통기한 2년짜리를 가지고 남의 인생을 망치려 든다면 그것은 배은망덕이 아닌가. "어머니." 사실은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우공현이 돌아서는 순간을 보는 것이. 어머니와 같은 과정을 밟는 것이. 그럼에도 어머니와 같은 말을 하게 될 것이. 나는 겁이 많고 .. 2021. 1. 29.
[BL리뷰] 황제의 애첩은 황후궁에서 흐느낀다 - 달토끼방앗간 作 그러나 미윤은 두렵지 않았다. 황후의 노기를 제 몸뚱이로 억눌러 황제 폐하와 혹 일어나게 될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는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다, 그럼 이리 오거라.” 수희 황후가 미윤의 손목을 확 잡아챘다. 윤의 체격이 가늘고 낭창낭창하긴 하나 어엿한 사내. 그런데도 황후는 그를 데려가는 내내 힘에 부치는 기색이 추호도 없었다. 키워드 안보고 샀다가 살짝 당황했던 이공일수 소재의 동양풍 단편. 인물이나 구성에서 매력을 찾기는 힘들지만, 큰 기대 없이 씬만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주관적인 총평: ★★★★☆(4.0) 2021. 1. 29.
[BL리뷰] 메리미 (Marry Me) - 세O 作 “레이디도 아닌데 에스코트가 필요하십니까.” “그래도 왔으면 인사 정도는 해라, 좀.” 말라 가는 꽃에 물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무표정하던 하셀리스의 얼굴이 순간 환하게 개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사이어 경.” “…너 정말 성격 더럽다.” “그러는 당신은 쓸데없이 까다롭고요. 하래서 했더니 또 뭐가 문제입니까.” 그 얼굴, 얼굴이 문제라고. 매력있는 공수 라이벌 관계에 정략결혼 키워드도 들어가서 취향에 잘 맞았다. 인물들의 감정묘사도 괜찮고 문체가 쉽게 읽힌다. 단편이지만 서사가 괜찮아서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주관적인 총평: ★★★★★(5.0) 2021. 1. 29.
[BL리뷰] 자비 - 소소 作 어쨌든 그는 황제의 첩으로 들어온 처지였다. 그것도 사내 첩이라 황제가 놀잇감 취급을 한다 해서 억울하다 토로할 길도 없었다. 사내인 첩이 받게 되는 대우는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관심이 사라지면 연에서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될지 모를 일이니 우경은 황제의 말이 무엇이든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짧은 분량 안에서 고수위 씬에 충실한 동양풍 하드코어. 하지만 단편임을 감안해도 공수 서사가 별로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주관적인 총평: ★★★☆☆(3.0) 2021. 1. 29.
[BL리뷰] 복숭아 - 파이 作 에이든의 향은 점점 더 짙어졌다. 벤이 버릇처럼 방에 뿌리곤 했던 방향제도 에이든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복숭아 향은 날이 갈수록 짙어졌고 점점 더 강력하게 벤을 옭아매었다. 벤이 에이든의 양손을 묶었을지는 몰라도 그 향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벤이었다. 수업 중에도 그의 향기가 고파서 벤은 마른침을 꿀꺽꿀꺽 삼키곤 했다. 처음 읽어본 컨트보이 소재인데 너무 잘 읽혀서 신기했다. 소개된 키워드들이 하나같이 하드코어하다. 더없이 건조한 문체로 묘사했지만 그래서 더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씬들이 2권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나온다. 주관적인 총평: ★★★★★(5.0) 2021.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