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는 오랫동안 여자의 손목에 걸려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마을 공동의 공간으로 쓰이게 된 저택을 방문했다. 이리저리 걷던 여자는 오렌지 나무 정원에 다다랐다. 황금빛으로 익은 과일이 녹색 이파리 사이사이에 가득했다. 가만히 서 있던 여자의 손목에서 팔찌가 스르르 풀렸다. 여자는 눈치채지 못하고 떠나 버렸다. 이윽고 한 소년이 팔찌를 집어 들었다. 소년은 훗날 제 아내가 되는 여자의 팔에 팔찌를 걸어주고, 시간이 흘러 어린 딸의 손목으로 옮겨갔다가, 흘러내려 다시 땅으로 떨어지고, 그렇게 팔찌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를 반복했다. 아무도 이 작은 가죽 조각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기억을 알지 못했다.
믿고보는 필력의 피폐물 단편. 어긋난 관계의 애증 묘사가 마지막까지 잘 드러난다. 문체는 건조한 편인데 다 읽고도 한참 여운이 남았다.
주관적인 총평: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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